림림의 About
돌봄의 지극한 가치를 생각한다 본문
아픈 것에 관하여 + 병실노트 : 버지니아 울프 * 줄리아 스티븐 / 두시의나무
*<아픈 것에 관하여> : 질병을 문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에세이
*<병실 노트> : 간병하는 방법을 다룬 글
아픈 것에 관하여
질병이 얼마나 흔한지, 얼마나 엄청나게 정신을 변하게 하는지, 건강의 빛이 지면 얼마나 놀랍게 미지의 세상이 열리는지, 인플루엔자의 공격을 살짝 받아도 어떤 영혼의 황무지와 사막이 보이는지, 체온이 조금 오르면 어떤 벼랑과 화사한 꽃 만발한 초지가 보이는지, 병치레로 인해 우리 안에서 어떤 뚝심 있는 참나무 고목이 뽑혀 나가는지,
치과 의자에서 치아를 빼고 정신을 차린 뒤 “입 헹구세요, 입을 헹구시죠”라는 말을 천국의 바닥에서 신이 몸을 굽혀 환대하는 소리로 착각할 때는 우리가 어떻게 사망의 구덩이에 빠져 소멸의 물이 머리 위로 차오른다고 느끼다가 천사들과 하프 연주자들 앞에 있는 기분으로 깨어나는지를 고려해 보자.
각자에게는 원시림이 있고, 새들의 발자국도 찍히지 않는 눈밭이 있다.
병실 노트
육체의 고통에 시달리는 광경이 너무 싫어서 병실을 진짜 ‘공포의 방’이 되게 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불운아들이 병실에서 권위를 갖는 것은 불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불운한 우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된다면, 그들이 책임진 불운한 병자들은 동정받아야 한다.
질병은 죽음의 무소불위(하지 못하는 능력이 없다) 능력을 많이 갖고 있다. 아니 그래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죽음을 앞둔 이의 단점을 잊는다. 혹은 계속 담아두지 않는다. 누군가 병에 걸리면 건강할 때는 친밀한 교제를 어렵게 하던 성격도 용납된다.
# 간호본능
모든 간병인의 필수적인 의무는 명랑해야 하는 것이다. 의도적인 억지 명랑함이 아니라, 주위에 압박감 대신 활기를 일으키는 조용한 쾌활함이어야 한다. 명랑함은 습관이다. 침울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환자를 보살피면 안 된다. 병실 분위기는 유쾌하고 평온해야 한다. 성가신 가정사, 돈 문제, 근심거리, 온갖 논란은 병실에 얼씬대면 안 된다.
"여성이라면 어머니를 통해 되돌아본다" - 버지니아 울프
"모든 여성은 간호사다" -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병치레 중에는 사소한 것이 없다” - 줄리아 스티븐
오래전에 쓰인 책이지만 아픔과 간호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변함없이 읽힌다.
사람은 누구나 아플 때가 있고, 누군가를 간호해야 할 때가 있기에.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기에,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에 그렇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서 따뜻한 손길과 마음이 담긴 돌봄의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사실을 기억하건 하지 않건 간에 우리는 돌보고, 돌봄을 받는다.
누군가 나를 위해 극진히 살펴주고 돌봐준 경험은 오래 각인된다.
어릴 적엔 엄마가 그랬고, 커서는 내가 엄마를 돌봐드리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극진하다는 경험은 얼마나 소중한가.
지극한 헌신과 노력은 몸의 병은 물론 마음까지 감화시킨다.
간병인으로 헌신한 줄리아 스티븐은 정작 자신의 딸인 울프는 돌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세심하고 배려 깊은 간병 이야기는 인상 깊고 흥미롭다.
그녀의 말처럼 병치레에 사소한 것은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돌보는 일은
모두 사소하게 중요하고, 생명을 살피는 일이므로 귀한 행위다.
'Ca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한 기회를 지혜롭게 지나는 법 (0) | 2023.02.09 |
---|---|
당신은 어떤가요? (0) | 2023.02.07 |
모든 뮤즈와 제우스를 위하여 (0) | 2023.02.06 |
돌봄의 디테일 (0) | 2023.02.04 |
서로를 배우는 시간, 돌봄 (0) | 2023.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