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얼굴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 김수정 / 포르체
(책 속)
그간 쌓아 온 자기 인생을 버리고
사랑하는 이의 이름으로 자기를 부르는 생을 살아가겠다는 결정은
내가 곧 당신이 되겠다는 의미다.
무엇을 하건 당신을 염두에 두며 살겠다는 결심이다.
사랑은 지성이다.
함께 성장해야 함부로 시들지 않는다.
- 김향안 여사( 김환기 화가의 아내)
감히 나는 단언한다.
"사랑은 영원하다"는 성경의 말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영원한 사랑은 시간의 끝까지 가는 사랑이 아니다.
영원한 사랑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충성을 다하여,
끝맺음을 하는 사랑이다.
홀로 강인한 그대여, 항상 로맨틱을 잃지 말아요.
로맨스가 휴업이라고 로맨틱마저 휴일은 아니랍니다.
얼굴이 닮았다고 인연이 아니다.
가슴이 달라붙어야 인연이다.
살아서 견뎌야 했던 사랑의 고통을 기억한다.
죽어서야 함께 할 수 있었던 애틋한 사랑들을.
다 죽은 식물처럼 말라버린 마음도 사랑의 기회를 만나면
목청 높여 외친다.
나는 살아 있다고, 아직은 사랑할 수 있다고.
기어이 꽃을 피울 것이라고.
세상에 공짜로 손에 넣을 수 있는 행운은 없다.
끊임없이 자기 그릇을 다스리는 사람이
만남의 축복을 자기 그릇에 담을 수 있다.
한 번뿐인 생에 있어 내 손을 내밀고,
내가 손을 꼭 쥐고 놓지 않을 사람은,
꼭 나만큼의 인격을 지닌 나만큼의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의 리듬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 생애를 낭비한다.
- 하재연, <4월 이야기>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 로버트 제임스 윌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우리는 사랑에 승리하거나, 휴전하거나 패한다.
이 승리를 위한 최강의 무기는 다정이다.
내 앞에 선 다정한 사람에게서 사랑을 기대하지 않기가 더 힘들고,
사랑하는데 다정을 참기란 더 고단하다.
다정함은 사랑을 얻고 사랑을 지속하는 특별한 재능이다.
알고 보니 사랑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나만큼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것,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내 감정을 솔직히 내어 주는 것,
상대의 감정을 바꾸려 억지를 부리지 않는 것,
그리고 내내 좋은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이제는 사랑이라는 게 참 진득한 것임을 깨닫는다.
오래 느긋한 태도로 쌓고 또 쌓는 밀도 어린 평화,
이것이 사랑의 다정함이었다.
사랑의 시작은 열정이고, 사랑의 지속은 인격이며, 사랑의 끝은 성실이다.
그러하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면 무엇보다
나의 성품을 가꾸어야 한다.
(...)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안정감 있는 성품이다.
네가 어떤 인생을 가졌을지라도 나는 한번 품어보겠다는 결심이 인격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이와 비슷한 행동을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라 부르며
상대를 온전한 사람으로 오로지 존중하며 경외감으로 바라볼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