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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링(Wintering)

me+ 2022. 12.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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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캐서린 메이 / 웅진지식하우스





(책 속)


겨울에 일어나는 변화는 일종의 연금술이자 평범한 생명체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는 겨울잠쥐들, 남아프리카를 향해 하늘길을 날아가는 제비들,
가을의 마지막 몇 주를 불붙은 듯 화려하게 장식하는 나무들.


모든 것이 풍성한 봄과 여름의 나날을 살아내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겨울이 오면 우리는 결핍의 시기에도 융성하는 자연이 온전히 승리하는 것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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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동물은 겨울과 싸우지 않는다.
겨울이 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며 여름에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삶을 영위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준비하고 순응한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침잠하여 빈약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냉혹한 효율의 법칙을 따르면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시기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변신의 출발점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겨울은 생명 주기에서 죽음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호된 시련의 장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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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늦추고, 자연스럽게 여가 시간을 늘리고, 충분한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것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지 몰라도 꼭 필요하다. 겨울은 우리 모두가 아는 선택의 기로이자,
허물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다.


이런 일들을 하는 동안, 온갖 고통스러운 신경 말단이 드러나고 너무나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한동안 자기 자신을 돌보아야 할지 모른다. 반대로 그런 일들을 하지 않으면,
해묵은 껍데기가 더욱 견고하게 자신을 뒤덮게 될 것이다.







삶의 굴곡이 깊을 때가 있다.
너무 깊은 시기가 오래되면
깊은 일이 자주 혹은 늘 있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궂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어야
숨 쉬는 것이 좀 편안하고 살만하다고 느낄 법한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끼는 건
인생의 '겨울'이라는 것이
하나의 습 같고, 내 모습 같고 그래서인 듯하다.


힘들 때, 차라리 겨울은
안온하게 또 깊숙하게 내 안으로 침잠할 수 있기에
그게 내 성정과도 어울려서
그 자체로 위안이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건강이나 재정상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 처절한 시간이 마냥 안온하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란 사람은
겨울을 그 시기의 낭만으로,
인생의 일시적 휴지기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
겨울을 오히려 잘 활용하고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