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그런 것

돌보는 힘 (아가와 사와코의 간병입문) : 아가와 사와코외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책 소개>
94세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간병했으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도 돌보는 등,
간병체험이 풍부한 아가와 사와코 씨와 1만 명 이상의 임종을 지켜본 고령자 의료의 일인자인
오쓰카 노부오 씨의 대담 내용.
(책 속)
# 먹는 것은 생명력을 가늠하는 기준
(유럽의 고령자 시설을 견학했을 때)
- 식욕을 돋우고 삼키기 쉬운 형태로 자르며 식사에 대해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합니다.
또 먹을 때 충분히 시중을 들어주지요. 그러나 자기 힘으로 삼킬 수 없게 되면
그 이상의 대처는 하지 않습니다.
(...)
정확하게 말해서 입에 넣어 준 것을 삼킬 수 없게 되면,
즉 먹을 수 없으면 머지않아 임종을 맞는다는 뜻이거든요.
그 사람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하지요.
#생활환경을 풍요롭게
- 모든 면에서 생활환경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아침에 깨워 침대에서 나오도록
-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보다 돌봄이 먼저'라는 것이었습니다.
혼자서 생활할 수 없게 된 사람을 주변 사람이 돕는 거죠.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갖게 하는 것
#생활에 활기를
- 하여간 아침이 되면 깨워서 옷을 갈아입히고 낮 동안에는
잠시라도 침대에서 나오게 하지요. 본인이 누워 있고 싶다고 해도
한 차례 정도는 반드시 의자에 앉게 해요. 그렇게 하면 점점 표정이 바뀌지요.
- 삶에 활력이 생기면 역시 인간으로서 대우받는다는 느낌도 듭니다.
#바보 취급 안 하기, 화 안 내기, 핀잔 안 주기
- 치매 환자가 정보를 잘 처리하지 못해도 비난하지 않는 겁니다. (...)
본인으로서는 적은 양의 기억을 활용해서 자기 나름대로는 최고의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기 때문에 상대가 화내는 의미를 몰라요. 그보다도 우선 바보 취급당하지 않고,
꾸지람이나 타박을 듣지 않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해요.
이것이 치매 대처법의 기본입니다.
- 치매가 아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자기가 들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머물지 않아요. 교육적인 효과는 절대 기대하면 안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역시 일본이구나' 라는 것.
단편적이고 부분적이긴 하지만 일본은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쓴다는 점,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기본적인 배려와 존중이 있다는 점이다.
뭐 이런 것까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강하다.
그 디테일이 일본답게 하는 것을 너머 인간적인 측면에서 참 따뜻하다, 바람직하다 그런 느낌이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고령화가 되고 나름대로 해답을 찾고 안착해 있다고 여겨진다.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갖게 한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그날이 그날인것 같고 별 다른 일이 없는 듯한 노년의 생활일지라도
분명 그 세계 안에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있기에
그분들의 아침은 반드시 밝게 시작해야 하는 당위를 갖는다는 것.
그 사고방식, 그런 태도가 경이롭고 참 소중하다.
그건 정신과의사의 경험을 가진 오쓰카 노부오의 가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내 부모를 모신다는 마음으로 병원을 시작했다는 노부오 씨의 말이 그냥 허울 좋은 이야기가
아님을 대담 전반에서 느낄 수 있다. 돌봄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철학을 들을 수 있어서
돌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많이 된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그 시설 안에서 업무종사자로나
환자 보호자로서 겪어봐야 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지킬 것은 지켜진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돌보는 힘의 근본 바탕은 사랑이다.
타인을 돌보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건 인간 대 인간에 대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인간적인 태도와 마음으로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는
제도나 시설 등의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더 잘 발휘되고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