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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의 순간을 담는다

me+ 2023. 2. 8. 09:00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김경훈 / 다산초당




삶의 관점을 바꾸는 22가지 시선.
인생은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결국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일들
쌓여 삶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모호성, 관계의 모호성

우리는 타인 앞에서 베일로 얼굴을 가리듯 솔직한 감정을 감출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내 눈에 보이는 타인의 감정은 어쩌면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일 뿐
타인이 정말로 발산하는 감정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호성 속에서 때로는 오해가 싹트고 다툼이 일어납니다.
찰나에 자리 잡은 잘못된 감정은 마음속에 영겁의 시간처럼 박제되어
나와 타인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거리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

오해받을까 봐 상처받을까 봐 섣불리 포기하기보다 계속해서
상대와 시선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존중하며 마음을 나눈다면 결국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니까요.


고정관념 뛰어 넘기


한 사람의 외양을 사진으로 찍는 것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포트레이트 사진을 찍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 미국 사진가 폴 카포니그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스테레오타입으로 인해 그 사람이 가진
본래의 가치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는 "모든 사람은 자기 경험의 포로다.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우리도 스테레오타입의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
이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스테레오타입으로 성급하게
파악하면 안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겠지요?

사진기자는 두 눈을 뜨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기자와 사진기자가 아닌 사람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 하나는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맞대고 사진 찍을 때
그 사람의 눈을 보는 것입니다.

(...)

오른눈으로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왼눈으로 뷰파인더 밖의 세상을 관찰하며,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놓치는 것은 없는지
프레임 밖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피는 것입니다.

프레임 밖 주관식 세상


저는 현실의 일부를 조그만 사각의 프레임 안에 담는 사진기자이지만,
때로는 인생도 사진도 프레임 밖까지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요.
그래야 인생이라는 주관식 문제를 잘 풀 수 있을 거라고요.

사진의 타이밍, 인생의 타이밍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결정적 순간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기하학적으로 완성된 사진의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피사체에 집중하며 기다리다가 셔터를 누르면 결정적 순간이 포착된다고요.

(...)

그가 이야기한 결정적 순간이란 별똥별처럼 잠시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지요. 놓치면 다시 셔터를 눌러 포착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태양이 떠오르고, 날마다 매직아워가 돌아오는 것처럼요.

(...)

"인생에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그 타이밍은
참 많이 찾아오더라. (...) 인생의 때를 놓쳤다고 초조해하지 말렴.
결정적 순간을 놓쳤으면 다시 한번 셔터를 누르면 된단다."

어머니의 사진첩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을 키우는 것과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매일 본 풍경도 카메라를 통해 보면 새롭습니다.


누군가 사진의 의미를 묻는다면 '연결'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앨범을 펼칠 때를 떠올려보세요. (...)
이런 사진들을 볼 때면 그때 그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나요?

'찰칵'하기까지의 수많은 선택

훌륭한 사진가들은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첫 번째, 사람을 사진에 담는다면 따뜻한 마음.
두 번째, 멋진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는 안목.
세 번째, 지금 무엇을 사진에 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머리.

그런데 많은 사진가가 첫째와 둘째 요소는 가졌어도
셋째 요소는 갖지 못한다.

- 포토 에디터 존 모리스





이 세상에 우연이 아닌 것은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그건 우연이었어'라고 하지만 실은 돌이켜보면
그 일이 우연이 아닌 필연의 과정들의 연결고리가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마음속으로만 바라던 어떤 것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내 앞에 주어지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늘 품고 있다면 결국 만나게 되는 것 같은 일.

저자도 말한 바 있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 것들의 결정체가 우연을 가장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그러니 그 우연 앞에서 감사와 기쁨으로 화답하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사진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프랑크 푸르니에가 찍은 소녀의 모습입니다.
아무런 이야기를 읽지 않고 사진만 봤을 때
악마적이고도 매혹적인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오래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뒷이야기에 관한 사실을 알고 나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되었습니다.
그런 순간은 결코 쉽게 겪는 일이 아니기에 푸르니에 기자가
겪었을 마음의 폭풍을 짐작할 뿐입니다.


사진기자는 무엇보다 찍은 사진으로 평가받고 인정받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것에 깊은 고찰이 담길 때 진정 의미 있는 사진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문득 오래전 영화 <킬링필드>가 생각납니다.
참혹한 살인의 현장, 매 순간이 지뢰밭 같던 장면들...
생사의 갈림길에서 찍은 사진이 빗물에 흐려지면서
엇갈린 운명을 맞게 되는 모습들이요.


사진보다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
그 속의 숨은 의미와 진실들을 읽을 수 있어서 참 가슴 뭉클해집니다.
그 순간의 기억과 아름다움을 잡고 싶어 셔터를 누르게 되는 사진 찍기.

사진을 발명하게 된 계기와 상관없이 기억을 오래 가둘 수 없는 속성을 가진
인간에게 카메라는 매력적인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