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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닮은 글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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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22. 07:00
할머니의 요리책 : 최윤건, 박린 저 / 위즈덤하우스

우연히 작은 요리책 한 권을 발견했다.
얇고 가벼운 그 책등엔 '할머니의 요리책'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냥 한 번 볼까 하고 열어본 책에서 '내 엄마의 글씨체'를 본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쿵'한다. '그래 맞아. 엄마도 꼭 이렇게 쓰셨는데...' 하는 뭉클함과 이젠 어디에도 엄마의 글씨체를 볼 수 없다는 슬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도서관에서 본 책이라 책 커버를 볼 수 없었는데 검색하고 보니 소박하고 귀여운 그림이 표지에 나타나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할머니 음식을 먹고 자란 손녀가 할머니와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집필 에피소드도 정겹다.
처음 글씨를 배우는 어린 아이처럼 또박또박 써 내려간 할머니의 글씨체. 그 정성과 열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내 엄마가 더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오래전 엄마가 내게 쪽지로 글을 남기고 외출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 글씨를 처음 보고 웃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책갈피에 넣어둔 기억이 있다. 삐뚤빼뚤 맞춤법도 틀리고 마치 손이 아픈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눌러쓴 것 같은 글씨체. 밥 챙겨 놨으니 잘 먹고 있으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 요리에세이에서 나는 그 할머니의 글씨체에 완전 꽂혀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래도록 그림 보듯 글씨체만 보며 그 책을 읽었다.
'그래 맞아. 엄마도 음식 솜씨가 좋았지...' 생각하며 엄마를 추억하는 시간. 책의 발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