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림의 About
목소리의 일 본문
콜센터의 말 : 이예은 / 민음사
책 속)
지금도 내 꿈은 계속 쓰는 것이다.
전업 작가라는 형태나 가시적인 성과보다 행위 자체에
방점을 두었더니 퇴근하고 노트북을 여는 순간
매일 꿈을 이루는 셈이 되었다.
누구도 대신 전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나이와 함께 문장이 성숙해지는 삶이 내게는 곧 성공이다.
일본어 중 '아리노마마데'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따라하기 쉽고 명랑한 울림을 가진 이 말은
'있는 그대로'라는 뜻으로,
현재의 모습이나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제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고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는 포용성.
동시에 자신을 바라볼 때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다.
내게 '아리노마마데'는 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공식에서
엇나가며 불안해질 때마다 내면의 목소리에 다시금
귀 기울이게 하는 주문인지도 모르겠다.
경험에서 오는 깨달음은 소중하다.
지혜와 성찰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길이 또렷해지는 것이다.
나도 오래 전에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이 책을 보고 동질감을 느껴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콜센터의 일은 너무 힘들었다.
예민하고 상처 받기 쉬운 편이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더 취약했다.
나 또한 콜센터 일을 하기 원해서 일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더더욱 버겁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참 차분하고 다부지게
차곡차곡 일을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회피하거나 감정적으로 취약해 지지 않는 단단함이 있다.
그녀는 비단 콜센터 일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실히 단단하고 차분하게 해낼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일본의 콜센터 현장을 알 수 있는 이야기가 독자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콜센터 업무 자체가 주는 고충과는 별개로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겉으로라도 깍듯한 일본인들이라
콜센터 업무가 그리 어렵지 않을 듯 싶지만
한국이나 일본 모두 콜센터 업무의 어려움과 현실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말은 언어이고 정신이며 내면이기도 해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서로 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목소리로만 일을 해도 대면을 해도
인간 대 인간의 일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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