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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림의 About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 어크로스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내가 계속 무엇이든 글을 쓰는 삶을 살게 된다면 인간과 인간 사이에 거미줄처럼 쳐진 관계의 그물에 주목하고 싶다. 그 관계의 그물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나 자신을 주시하고자 한다. 남의 잘못은 중요하고 나의 허물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나를, 다른 이의 막말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웃자고 하는 소리로 남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나를, 무시로 반칙하며 살면서도 세상엔 원칙의 청진기를 대는 나를. (...) '나도 별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을 추락시키는 절망도,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도 그 부근에 있다.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 어크로스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에서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삶이 그토록 고단한 것이니, 사람에 대한 예의는 타인의 삶이 쉬울거라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데 있다. 삶이 쉽지 않은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좋은 내일, 내일보다 좋은 모레, 매일매일 행복한 나, 제멋대로 미래를 꿈꾸는 것도 미망..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산문집 / 현대문학 (책 속)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 소리 없이 나를 스쳐간 건 시간이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 줬다.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