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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

모든 뮤즈와 제우스를 위하여

me+ 2023. 2. 6. 09:00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이은주  / 헤르츠나인  

 

 

 

 

소박하지만 만든 이의 개성과 의지가 담긴 영화 같은 책을 만났다.

책은 몇 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지만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때 그 시간들이 떠올라 다시금 감정이 복받쳤고 읽기는 수시로 중단되었다.

 

 

요양시설에 계신 분들에 대한 호칭부터 남다른 점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뮤즈와 제우스.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바와는 분명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고 그 덕에 가장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곳 생활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것은 그럴듯한 포장이나 이상과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꾸는 꿈같은 현실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상적인 마인드와 섬김일 수도 있겠지만 불가능한 미션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 시공간이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

 

 

요양시설이라는 특정한 공간,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나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

나이 들면 다 비슷비슷해진다는 말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하는 얘기라는 것을 그 세계에 몸담고 있으면 알게 된다.

그래서 획일적으로 기계처럼 일하거나 대할 수 없다. 그분들이 먼저 태클을 거실 테니까.

 

 

맛나게 음식을 드시며 ". 있. 다!"라고 아이처럼 감탄하시는 모습이나

돌봐주는 손길에 "좋아"라고 짧고 정확하게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것,

'노래하면 사레들리니까 안 하시는 게 낫다'는 말에 '우는 것보단 낫지' 라는 기막힌 표현들.

 

 

비록 기억이 금방 사라지거나 특정한 사물에 대해 고집을 부리시는 등의 모습이 있지만

백과사전 같은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의 탁월함과 지혜는 육체적인 어려움을

초월하는 것이기에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내 엄마 또한 그러했기에 그립고 보고 싶고 그런 것이다.

 

 

 

선하고 바른 돌봄이 더 많아지길

 

 

저자처럼 글을 쓰고, 문학을 가까이하는 요양보호사는 특별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돌봄 서비스를 하는 사람의 소양과 자질면에서 바르고 선하다.

그리고 책 곳곳에 돌봄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제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이상적인 요양보호사의 모습이라 볼 수도 있고, 실전에서 그런 분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겪어보았던 나로서는 돌봄 서비스를 하는 사람의 자질에 대한 검증이나

서비스 질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나와 다른 지점은 '건강한 분리'를 하려고 수시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한다는 점이다.

("우선 내가 행복해야지" 식으로(본문내용)

가족 간병을 오래 하면 그 경계선이 너무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병을 앓는 사람보다 곁을 지키는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심각하게 피폐해질 수 있다. 나의 경우 어느 정도 그 경계를 건강하게 지키기까지 오래 걸렸다.

 

 

돌봄이라는 것은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이 큰 것이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은 일이다.

그녀가 에필로그에서 다짐하는 말처럼 그렇게 해야 건강한 경계선을 가지며 돌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들지도 말고, 
모든 것을 극복하려고 하지도 말며, 
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도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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