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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에 관계없이 스며드는 너

me+ 2023. 2. 18. 09:00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 최치언  / 걷는사람

 

 

 

우울한 날에는 당나귀처럼 설탕을 씹으세요

찬장을 뒤져서라도 설탕을 찾으세요

빠른 길은 동네 슈퍼로 가면 돼요

젖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 주인에게도 설탕을 권하세요

보건청에서 나온 사람처럼 잔뜩 뒷짐을 지고

아! 하면 아! 하세요 그럼 희망을 넣어드리지요 하세요

시든 장미꽃에게도 설탕물을 주세요

썩은 이빨 사이에 설탕을 솜처럼 끼고 웃으세요

자 저를 따라 해보세요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간혹, 불행이 불행을 치료할 수 없듯

설탕은 설탕의 중독을 치료할 수 없답니다 -하는 이들이 있는데

꿀벌이 침도 가지고 있다고만 생각하세요

그것으로 인하여 퉁퉁 부르튼 날엔

또 설탕을 먹으세요

 

 

설탕이 없는 날엔 당나귀에게 조금 빌려보세요

당나귀 나라의 말로 정중하게 한 발 물러서서

먹다 남은 설탕 있습니까 아랫입술을 세차게 가로로 저어보세요

장미꽃에 얼굴을 묻고 문을 두드리세요

슈퍼 주인에게 어제의 희망의 값을 지불해달라고 위협하세요

당신은 그 동네에서 가장 유쾌한 사람이 될 거예요

누군가 당신에게 설탕을 빌려달라면

이렇게 말하세요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설탕은 달콤 사르르하게 이내 녹아버리지요

 

 

 

 


 

 

매운맛, 쓴맛, 신맛, 짠맛, 고소한 맛 등도 우리의 혀에 쾌감을 준다. 하지만 그러한 맛들은 농도가 어느 선을 넘으면 쾌감이 불쾌감으로 돌변한다. 아무리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청양고추를 매일 쌈장에 찍어 먹기를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맛의 경우는 다르다. 오직 농도에 관계없이 쾌감을 주는 것은 단맛뿐이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알고 먹으면 달콤함이 두 배>

 

 

농도에 관계없이 쾌감을 준다는 단맛에 대한 정의.

지식백과 설명을 읽으니 이래서 설탕은 중독을 품고 있는 존재구나 싶다. 

 

 

어릴 적 배 아플 때 보리차물에 설탕을 타 먹으면 괜찮아진다는 말에 

설탕물을 먹었던 적이 있다. 그 물을 먹었을 때 정말 배가 나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설탕물의 달콤함은 기억 속에 남아있다. 

 

어릴 때는 참 많이 설탕 속에 묻혀서 살았던 듯하다.

집에서 만든 도넛에 설탕을 골고루 묻혀서 한 입 바사삭,

시장에서 먹었던 설탕 묻힌 핫도그와 꽈배기에 와그작,

초등학교 근처에 붙박이처럼 있던 뽑기의 아그작,

구멍가게의 그 눈깔사탕까지...

 

 

오래전에 약재나 귀족의 기호품으로 여겼던 설탕.

이제는 너무 흔하고 쓰임도 다양한 만큼 설탕 없는 것이 더 이상하다.

어린아이들에게 단것을 많이 먹이면 뇌 발달에 좋지 않다고도 한다. 

 

 

제목에 끌려 손에 든 시집은

설탕에게 갖는 본능적인 마음이기도 하다. 

설탕과 치료. 

가장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려주는 것,

늘 과한 것이 문제 이긴 하지만.

 

 

설탕이 점점 더 다양하게 가공되어 쓰임이 다양하듯이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쪽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그런 정교함과 영민함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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